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읽고싶다고 해서 구매헀던 책이다.
이 책은 제가 바닥을 친 얘기입니다. 구글 임원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정리해고된 이야기이고, 30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오른 계단의 꼭대기에서 한순간에 확 고꾸라져 바닥으로 떨어진 얘기입니다. 불행히도,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저를 순식간에 꼭대기로 데려다줄 초고속 엘리베이터 같은 건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위기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슈퍼히어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아요. 대신 정말 멋진 점프를 위해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는 평범한 한 사람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습니다.
재밌다. 토요일 낮에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책이 두껍지 않아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전 구글 임원인 작가가 레이오프된 이후 N잡 아르바이트생의 삶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과거
구글 임원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직장인 중 정점에 있는 사람일것이다. 작가는 전 구글 임원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작가에 대해 경외감을 느꼈다.
- 50대에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도전한 것
- 박사가 1개, 석사가 4개... 그 중 두개가 MBA
- 미국에서 유학했고 미국에서 직장생활까지 하신 분인데도 지금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한다는 점
삶의 치열함이 글을 통해 느껴졌다.
작가의 현재
이렇게 대단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에서 레이오프되었다. 30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오른 계단의 꼭대기에서 한순간에 확 고꾸라져 바닥으로 떨어진 후, 작가는 '1만명 만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하고 싶었으나 직장을 다니느라 못해본 일들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프로젝트이다.
누구나 삶을 전환하는 시기를 겪는다. 나처럼 정리해고로 인한 실직이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건강 문제 혹은 결혼이나 이혼, 출산과 육아 등 가족 문제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와 크게 내상을 입힌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삶의 전환기를 환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명하게 넘길 수는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서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동네 마트에서 과일 피라미드를 쌓고, 커피숍에서 예쁜 하트가 올라간 라떼를 만들기 위해 연습하고, 어떤 손님이 나를 찾을까 기대하며 운전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호기심을 채우고 삶의 전환기를 가꿔간다.
작가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N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 트레이더조 알바생
- 스타벅스 바리스타
- 리프트 운전기사
- 펫시터
각 직업을 갖기 위해 면접을 보고, 합격하고 실제 업무를 하며 겪는 스토리가 책에서 소개되는데 읽으면서 감탄을 한 부분이 한두개가 아니다.
- 알바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면접을 준비하는 부분
-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면접 정보를 검색하는지
- 단순 노동에서 그치지 않고 업무의 비효울을 발견하고 개선해 성과를 낸 점
- 알바로 들어간 트레이더조에서 초고속 승진을 한 부분
-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기존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지
- 각 근무 사이의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 리프트 손님의 성향을 초반 대화로 판단하는 법
1년 넘게 트레이더 조의 크루로 일하며 늘 신입사원의 시각에서 질문하고 문제를 살펴보려 노력한다. 그렇게 내 자리에서, 나의 시선으로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간다. 변화의 폭이 작다고 해서 힘도 작은 것은 아니다. 내가 용기 있게 시도한 작은 변화로 우리 매장의 몇몇 코너에는 업무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매대의 상품은 더 효율적으로 진열되었다. 처음 일하는 사람은 그만큼 업무에 적응하기가 수월해졌다. 선배 크루들은 신입사원을 붙잡고 하나하나 가르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줄었다. 그만큼 매장의 업무 효율은 좋아졌다. ‘로이스 덕분에 일하기 좋아졌다’는 동료들의 인정과 칭찬도 받았다. 모두 용기 있게 시도한 작은 변화가 이루어낸 성과다.
읽으면서 임원까지 했던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는걸 느꼈다.
작가의 미래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후 친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레이오프layoffs’를 ‘플레이오프playoffs’로 잘못 타이핑하고 그 심오함에 감탄했는데, 1년을 돌아보니 정말 나는 인생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었다. 결승리그에 올랐으니 물러날 순 없지, 이젠 챔피언을 향해 간다!
작가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러한 경험들이 어떻게 연결될지, 어떻게 빛을 발할지 궁금하다. 몇년 뒤 작가의 새 책이 나올것 같다. 분명 이 작가분은 밀도높은 시간을 보냈겠지. 그리고 그 시간을 독자에게 공유해주겠지. 미래에 이 작가의 신간을 읽는건 큰 기쁨일거다.
자극
작가만큼 대단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커리어 시작 이래 큰 위기는 없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해고를 경험해본 적도 없다.
나라면 주변에 나의 해고를 작가처럼 당당하게 알릴 수 있을까? 아직은 불필요한 에고가 강하기에 아마 힘들것 같다.
시간관리, 삶을 대하는 태도, 자기관리, 운동 등 많은 면에서 자극이 되었던 책이다.